"냉기도는 시장, 오히려 매수 기회…장기 채권투자 빛볼 것"

입력 2023-02-26 17:53   수정 2023-02-27 00:50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채권 금리가 이달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인플레이션도 기대만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강해지면서다. 당초 시장은 경기침체 심화와 인플레이션 안정화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해 왔다. 기대와 달리 채권시장에 냉기가 돌면서 가격 상승(금리 인하)을 예측하고 올초 뒤늦게 뛰어든 채권 투자자들은 손실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조너선 리앙 JP모간 아시아 채권부문 대표(사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시장이 다소 앞서나간 측면은 있지만 대세는 변하지 않는다”며 “장기채 금리는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가격 조정은 오히려 기회”
리앙 대표는 AB자산운용, JP모간 등을 거치며 뉴욕과 홍콩에서 20년 이상 채권 투자를 이어온 전문가다. 그는 최근 채권 가격 조정은 오히려 투자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1월 미국 고용 지표가 시장 기대보다 강세로 나타나면서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는 계절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질적 경기침체는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 지표를 포함한 경기 지표들은 점진적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예상치를 웃돈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해서도 “실질 수준보다 후행하는 ‘셸터 지수’ 등이 반영되면서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다소 높게 발표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CPI 내의 셸터 지수는 미국 정부가 집 소유자들에게 ‘오늘 렌트하면 얼마를 받고자 하는가’를 직접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실질 렌트 수준의 하락세가 늦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리앙 대표는 “실제 렌트 수준을 보여주는 통계 데이터 사이트 ‘GILLOW’ 등을 고려하면 이미 렌트 비용 인상 속도는 크게 둔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앙 대표는 “Fed도 이런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며 “Fed가 내놓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그들도 실업률 상승을 점치고 있다”고 했다.

리앙 대표는 Fed가 연내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현재로선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까봐 ‘올해 피벗(금리 정책 전환)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경기침체가 명확하다는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올 4분기께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간 역시 채권 ‘숏(하락 베팅)’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리앙 대표는 “시점의 문제이지 결국 글로벌 채권 금리는 하락할 것이고, 투자자는 플러스(+)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며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이나 채권 관련 펀드, 상장지수펀드(ETF)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패시브’보다는 ‘액티브’ 투자 필요
리앙 대표는 채권 투자 전략과 관련해 “현시점 기준에서 볼 때 국고채를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기업들의 채권) 등보다 높은 비중으로 가져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고채는 역사적 데이터와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방향성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예상을 벗어나 기업 부도율이 높아지면 성과가 부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리앙 대표는 다만 “경기침체가 와도 부도율이 역사적 기준 대비 낮은 수준인 3~4%로 유지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인 만큼, 적절한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유효한 채권 투자 방법을 조언해달라’는 질문엔 ‘액티브 운용’을 강조했다. 그는 “주식 투자와 달리 채권이나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보다 상황에 따라 운용을 달리하는 액티브 투자가 중요하다”며 “기업의 실적이 좋아 시가총액이 커지면 비중이 높아지는 주식 지수와 달리 채권은 국가나 회사가 빚을 많이 내면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업체 에버그린은 ‘아시안 크레디트 인덱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많은 빚으로 부도를 내면서 지수 추종 상품의 손실을 키운 바 있다. 리앙 대표는 “지수 추종 채권 패시브 펀드와 ETF는 결과적으로 가장 부도 확률이 높은 곳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액티브한 운용이 중요한 만큼 전문가를 통한 간접투자의 효율성이 주식 투자보다 높을 수 있다고도 했다. 리앙 대표는 “채권시장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며 “그래야 장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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